화강암 생성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관점:
다이아퍼 모델에 기반한 현행 과학 교과서 기술의 한계
(A New Perspective on the Mechanism of Granite Formation: Limitations of the Current Science Textbook Descriptions Based on the Diapir Model)
최우주((사)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 지구과학분과팀)
초록
대한민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화강암은 지질학적으로도 중요한 연구 주제일 뿐 아니라 초등부터 고등학교 과학 교육과정에서도 학습 요소로 제시되어 있는 암석으로 중요성을 지닌다. 다양한 양상으로 지각에 나타나고 있는 화강암의 기원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암석학자들은 여전히 화강암의 분류와 암석성인론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현행 과학 교과서에서는 화강암을 단편적으로 심성암으로 분류하고 있고 동일과정설적 가정 아래 오랜 지질학적 기간에 걸쳐 생성된 것으로 추정하는 다이아퍼 모델에 따른 생성 메커니즘으로만 단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다이아퍼 모델의 문제점과 한계성을 소개하고 새로운 대안으로 제안된 다이크 모델을 소개하였다. 또한 다이아퍼 모델을 기반으로 수백만 년이라는 오랜연대설적 패러다임으로만 화강암 생성을 단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현행 교과서에 대해 기술 내용과 방식을 수정하도록 제안한다.
Abstract: Granite, one of the widely accessible rocks in South Korea, holds significance not only as a subject of geological research, but also as a rock that is presented as one of the learning elements in elementary to high school science curricula. Although numerous studies have been conducted on the origins of granites appearing in the crust in various aspects, lithologists are still debating the classification and petrogenesis of granites. Nevertheless, the current science textbooks fragmentarily describe granites only as plutonic rock and definitively present them just based on the diapir model which suggests that they might have been formed over a long geologic period under uniformitarian assumptions. This article introduces the recent challenges with the diapir model and presents a new alternative known as the dyke model. Furthermore, it is proposed to modify the content and way of the current science textbooks that conclusively describe granites only with a long-age paradigm of millions of years .
Key Words: granite, science textbook, petrogenesis, diapir model, dyke model; 화강암, 과학 교과서, 암석성인론, 다이아퍼 모델, 다이크 모델
서론
화강암(granite, 花崗巖) 하면 그냥 이름만 들어서는 지루할 수도 있을 과학 관련 글에서나 보일 법할 것 같은 전문 용어 같기도 하면서도, 또 어딘가 익숙하기도 한 단어이다. 이 암석명은 학교 교과서에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친숙한 용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나라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커다란 돌산들이 화강암 덩어리인 경우도 많다.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잘 모를 수 있지만, 북한산, 설악산, 금강산 등 한국의 많은 산이 이 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강암은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의도하지 않아도 친숙해질 수밖에 없는 암석이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암석이지만 생성과정을 쉽게 연구할 수 있는 암석이 아니기도 하다.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화강암의 생성 메커니즘은 지각 깊은 곳에서 오랜 지질학적 시간을 통해 마그마가 냉각되면서 생성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간이 실제로 관찰하고 검증하기엔 시간적, 공간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환경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직접 검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교과서에서는 “1억 7천만 년 전 태어난 서울 북한산”과 같이 단정적인 기술 내용과 방식으로 제시되어 있다. 고신뢰 과학적으로 검증될 수 없는 전제임에도 불구하고, 확정적으로 오랜 연대설에 기초한 추산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많은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기본 개념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오랜연대설적 연대로 풀어내는 화강암 생성 메커니즘에 근거가 충분한 지 혹은 다른 대안이 없는 지를 재점검하였다. 그리고 직접적인 관찰과 검증이 어려운 내용을 단정적으로 기술한 교과서의 기술 방식에 무리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본론
1. 교과서 속의 화강암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암석 중의 하나인 화강암은 초등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에서도 학습 요소로 제시되어 있다. 모두의 예상대로 이 내용은 현행 과학 교과서에서 화강암은 암석 중에서도 '화성암'(igneous rocks, 火成巖)으로만 분류되어 있다. 화성암은 이름에서 떠올릴 수 있듯이 뜨거운 마그마로부터 생성된 것으로 주장되는 암석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화성활동과 관련된 암석인데, 이 중에서 화강암은 '심성암(深成巖)', '현정질'(顯晶質) 등의 세부적인 꼬리표를 더 달고 있다. 이런 꼬리표는 화성암을 분류하는 방법에 의해서 붙게 되는데 암석의 조직을 관찰하여 구성 광물의 종류, 입자의 크기와 모양, 배열 상태 등과 같이 전체적인 특징을 통해 분류하게 된다. 간단히 예를 들면 화강암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비교적 큰 광물 입자를 가지고 있다. 이런 암석을 '현정질'이라고 하며,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무암(basalt)처럼 광물 결정의 입자가 너무 작아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암석을 '비현정질'이라고 한다. 이렇게 입자의 크기에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현행 교과서에서는 마그마가 냉각되는데 걸리는 시간/오랜연대설적 지질연대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만 단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현무암은 지표면 밖으로 흘러나와 빠르게 식었기 때문에 광물 결정이 크게 자랄 시간이 없어 비현정질이 되었고, 화강암은 땅 속 깊은 곳에서 오랜 시간(이러한 표현조차도 막연하게 제시되어 있는 부분인데, 오랜연대설적 패러다임에 기초한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음)에 걸쳐 천천히 식어서 고결된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현정질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 꼬리표인 '심성암'이 붙여진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심성암은 지각 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어서 굳어진 암석이라는 것이고, 심성암과 달리 지표면으로 분출되어 비교적 빨리 냉각된 암석을 화산암으로 분류한다.
아마 이쯤 되면 교과서에서 본 그림이 기억날지도 모르겠다. 잘 생각해보면 화산의 단면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 깊숙한 곳에 화산의 몇 배나 되는 크기의 빨간색의 거대한 마그마 방(magma chamber)이 있는 그림을 본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특히 화강암은 석영(quartz)과 운모(mica)와 같은 광물이 풍부한 마그마가 식어서 만들어진 암석으로 주장되고 있고 이러한 성분은 화강암이 풍화에 강한 성질을 가지게 해준다고 설명되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비바람을 잘 견디고 물에 잘 녹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마그마 덩어리를 덮고 있던 윗부분의 다른 암석이나 주변의 암석들이 다 풍화 침식되어 사라지더라도 이 화강암 덩어리는 굳건히 남아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보는 북한산과 같은 거대한 화강암 산이 되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어렵지 않은 몇 가지 기준으로 분류된 성질들을 통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암석이 생성되었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오늘날 주변에서 실제로 볼 수 있는 결과물을 설명할 수 있다. 단순하고 명료한 듯한 이러한 설명에 결과마저 순조롭게 들어맞는 이 재미있는 이야기는 정말 화강암을 잘 설명한 이야기일까?
교과서는 지식 교육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정체성 및 패러다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책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해 새로운 개념을 학습하는 경우가 있기에, 교과서의 내용과 기술방식 등은 그 학생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첫 인상으로, 세상을 설명하는 기본 개념으로 자리잡는다. 따라서 개념 진술이 명확하지 않으면 학습자에게 오개념을 유발하거나 재강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Koh et al., 2008) 교과서는 잘 다듬어진 정립된 교육적인 내용을 정확하고 바르게 기술해야 한다.
2. 지질학 연구의 한계, 그리고 추론의 영역
지구과학, 특히 그 중에서도 지질학 내 암석학은 이런 암석에 대한 지식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모든 학문이 그렇겠지만 특히 지질학은 최근 들어 더욱 발달하고 있는 중이다. 관측과 실험 기술이 최근에 더욱 발전하면서 그에 대한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 지질학의 연구대상은 지구의 암석과 지구 구조 등인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내부는 인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지구를 사과라고 비유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가장 바깥 영역, '지각'은 사과 껍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과학이 놀라운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우리 인간은 아직 그 얇은 껍질 아래 속살에 직접적으로 도달해본 적이 없다.
이렇듯 지질학의 연구는 공간적으로 크게 제약을 받는다. 해부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신체를 더 잘 이해하게 하고 의술의 발전을 크게 도울 수 있었듯이, 지질학에도 지구 내부를 자유롭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이 생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여전히 너무나 어려운 과제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면 우리가 본 지구의 단면 사진은 어떻게 만들어낸 걸까? 여기서부터는 엄밀히 말하면 추론과 검증의 영역이다. 사기라는 말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여러 모델을 만들어내고, 또 가능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 그 모델을 검증하거나 수정하며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현재 지구의 내부를 연구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은 지진파, 탄성파 탐사방법이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에 그 지진파가 지구 내부를 통과하는 것을 지구 표면의 여러 관측소에서 데이터를 얻은 후 이들의 속도와 반사, 굴절 패턴을 계산하여 지구의 내부 모습을 알아가고 있다. 인류는 이렇게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알아가고 있다.
또 다른 유명한 예가 있다. 대륙이동설은 세계지도에서 거의 딱 맞아 보이는 대서양 좌우편의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이 예전에 맞닿아 있었다가 떨어져서 지금의 지구 육지의 모습이 되었다는 지금은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이야기이다. 이 가설은 더 발전해서 '판구조론'이라는 이론이 되었다. 하지만 이 대륙이동설이 처음 나왔을 때 '완전한 엉터리'라는 평을 받으며 무시당했다. 과학적인 근거가 부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었고, 근거는 당시의 관측기술로 발견할 수 없을 뿐이었다. 2차대전 당시 잠수함을 타고 바다 속을 다니며 음파 탐지기술로 바다 밑바닥을 측량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 근거가 되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해령이라고 하는, 주로 대양에서 확장해 나가며 해양판을 밀어내는 발산형 경계를 발견했다. 이런 식으로 인류는 다양한 발상을 해내고, 또 그 증거를 찾아 나가며 지식의 한계를 넓혀 나가는 중이다.
그 중에서 선별된 내용은 교과서에 기록해서 다음 세대들에게 보편적인 지식으로 전달되게 된다. 앞서 언급한 화성암의 분류도 이렇게 추론과 검증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일부 현무암(현무암도 분류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음)의 경우에는 어렵지 않다. 지금도 하와이 등의 화산에서는 점도가 낮은 화산암 용암이 흘러나오고 있고, 금방 냉각되어 아주 작은 결정을 가진, 즉 세립질의 현무암 조직을 확인할 수 있다. 시료를 채취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성분들의 비율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화강암의 경우는 어떨까? 역시 시료를 채취해서 구성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 화강암은 훨씬 큰 광물결정을 확인할 수 있기에 현무암과는 다르게 천천히 냉각되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결정이 자랐다고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지표면 밖으로 분출된 후 금방 냉각된 화산암과 다르게 땅 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서서히 식어서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론하여 심성암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화강암은 이렇게 거대한 마그마 덩어리가 땅 속 깊은 곳에서 서서히 냉각되어 큰 결정을 가지게 된 암석이라는 생성이론을 가지게 되었다. 공간적, 물리적 한계로 우리는 땅 속 깊은 곳의 뜨거운 마그마 덩어리를 직접 관찰할 수 없기에 이 부분은 추론의 영역이다. 기존 모델에서 땅 속의 마그마가 아주 큰 규모를 형성 할 때(분포넓이 100km2 이상인 저반으로 나타나는 심성암체), 이런 큰 규모의 고온의 암석 용융물질 또는 마그마가 냉각되어 완전히 결정화 되는 데는 약 100만년 정도의 시간을 추정한다. 요세미티 지역처럼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는 수백만 년이 걸렸을 것으로 예상되며, 판과 판이 만나서 판구조 운동이 일어나는 충돌조산대에서는 500만-1000만년까지 예상한다(Pitcher, 1997). 지질학은 아직 어린 학문이다. 사실 약 300년 전만 해도 지질학자 등은 이 화성암이 물 속에서 화학적 침전으로 생긴 암석인지 아니면 화성 작용으로 마그마가 땅 속에서 고결되어서 형성된 것인지에 대해 논쟁을 하고 있었다(French, 2005). 어린 지질학은 아직 자라는 중이다. 새로운 것을 밝혀내기도 하고, 아직 시행착오를 겪으며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도 있다. 상식처럼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의문을 남긴 채 계속 논의되는 중인 주제도 많다.
3. 기존 다이아퍼 이론에 대한 의문
과연 인류는 화강암 생성 메커니즘의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지표면에서 직접 생성된 것이 관찰된 일부 현무암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아직 우리는 이 공간적, 물리적,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여 땅속 깊은 곳에서 100만 년 동안 식어가는 뜨거운 마그마를 직접 관찰할 수 없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까지, 과학자들은 추론의 영역에서 계속 도전한다.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기존의 추론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드디어 화강암 생성 가설에도 의문이 던져졌다.
이전의 화성암 생성과정을 최대한 쉽게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다음의 과정과 같다. 1)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진 상태인 땅 속 깊은 곳의 암석이 녹아서 유체(액체, 기체) 상태가 된다. 2) 녹은 암석이(고온의 용융된 물질 또는 마그마) 풍선이나 돔 모양으로 점점 위로 상승한다. 땅 위로 뚫고 나오면 우리는 이 현상을 화산 분출이라고 부를 텐데 화강암질 암석은 비교적 점성이 높아서 상승 속도가 느리다. 3) 결국 바깥까지 나오기 어려웠던 이 화강암질 마그마 덩어리는 지각 중간에 자리를 잡고 큰 덩어리로 식어 가기 시작한다. 4) 그렇게 오랜 지질 연대 동안 식으면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되는 것으로 보는데, 그것들을 덮고 있던 암석 등의 다른 것들이 풍화 및 침식되어서 이 화강암 덩어리가 지표면에 드러나면 우리가 아는 화강암 돌산이 되기도 하고, 그 중에 큰 덩어리는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처럼 커다란 규모의 화강암체가 된다는 것이다. 중간에 풍선이나 돔 모양의 마그마 덩어리를 이야기했는데, 이런 모양을 다이아퍼(Diapir)라고 부르기 때문에 이 모델을 다이아퍼 모델이라고 한다.
다이아퍼 모델은 오래도록 받아들여졌고, 교과서의 설명도 이 모델을 기반으로 쓰여져 있다. 하지만 이 모델을 자세히 들여다보던 지질학자들 사이에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사실 깊은 땅 속의 지각은 정말 단단한데, 액체/유체 상태의 마그마가 거대한 규모로, 한 번에 그 단단한 지각을 뚫고 10~40km나 올라올 수 있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그리고 그 안에서 거대한 규모가 식어갈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다(Petford et al., 1993; Pitcher, 1997). 결국 그 동안 상식처럼 여겨졌던 다이아퍼 가설의 모델이 비효율이며 잘못되었다는 이의가 제기된 것이다(Clemens, 2005; Petford et al., 2000).
그리고 그 동안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관측 방법도 많이 발전했다. 지진파와 탄성파를 사용한 관측의 해상도도 훨씬 높아졌고, 위성 정보나 항공관측을 통해서 얻어낸 정보의 조합으로 지하의 상황을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정교한 실험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 컴퓨터의 발전으로 복잡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게 되었고, 지각과 맨틀의 밀도나 점성 등 물리적 성질을 알게 되면서, 비슷한 물질로 축소모형을 만들어 직접 재현해볼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실험과 시뮬레이션은 기존의 다이아퍼 모델이 구조적으로, 지구물리학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Snelling, 2008). 이 방법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직접 해 보니 안 된다는 것이다.
4. 다이아퍼 모델의 문제점과 다이크 모델
마치 정설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다이아퍼 모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그 첫 번째 문제는 그런 풍선 모양의 마그마가 통째로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요세미티의 화강암처럼 수십만km3의 부피를 가지는 거대한 암체인 저반(batholith)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 큰 골칫거리다. 어디서 어떻게 그 많은 양의 마그마를 모아온다는 말인가? Clemens & Mawer(1992)는 마그마가 상대적으로 좁은 암맥(dyke)의 양상으로 급격하게 빠르게 상승했다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수도관을 따라 물이 흘러 올라가듯, 지각 사이의 좁은 틈을 통해 파이프 속을 흘러가는 액체처럼 마그마가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건에 따라 기존의 모델보다 100만 배까지 빠를 수 있다는 계산도 해냈다(Clemens & Mawer, 1992). 다른 연구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밝혔다. 900년 동안 상당히 큰 규모의 심성암을 채울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오고(Pitcher, 1997), 용융된 화강암질 마그마가 단지 41일 만에 30km의 거리를 수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도 제시되었다(Petford et al., 1993).
다이아퍼 모델의 두 번째 문제는 실제로 발견되는 화강암체의 형태가 두꺼운 돔이나 풍선 형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두께보다 넓이가 훨씬 큰, 판 모양이었다. 예를 들어 페루의 1,200km 길이의 대규모 화강암 암체(저반)에 대한 연구에서 밝혀진 것은, 이 저반은 단지 3-7km 두께의 얇은 화강암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길이와 두께의 비율은 17:1에서 20:1에 달하는 수많은 비교적 작은 덩어리들(심성암체, plutons)이 합쳐져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 앞에서 언급한 ‘공간 문제’는 크게 줄어든다(Atherton & Haerderle, 1999). 게다가 다이아퍼 모델에서 화강암 생성은 수백만 년 이상의 오랜연대설적 지질 연대가 걸린다고 주장했지만, 새로운 모델에서는 뜨거운 음식을 나누어서 펼쳤을 때 금방 식는 것처럼 냉각속도도 확연하게 빨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아주 큰 화강암질 심성암이라도 마그마가 상승해서 자리를 잡는 데까지 수천 년, 냉각에 수만 년, 결정화는 아무리 오래 걸려도 25년 이상은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계산도 가능함을 보여줬다(Clemens, 2005). 이는 기존 모델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화강암의 생성은 백 만 년 가량의 지질연대를 가져야 한다는 기존의 오랜연대설적 개념과 상반되는 결과이다.
결론
과학 교과서는 특별한 책이다. 많은 사람들은 의문이나 비판 없이 그 안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학생들은 오늘도 오랜연대설적 지질 시대를 바탕으로 땅 속 깊은 곳에서 수백만(?) 년이라는 연대 동안 뜨겁게 땅 속을 채우고 있는 마그마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그 거대한 마그마가 무슨 수로 그곳에 공간을 만들고 모여 있는지는 의문조차 갖지 못한 채 그저 대학입시를 위해 일방적으로 단편적인 주장을 배우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학교 교육에서 교과서는 교사와 학습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교수/학습 자료이기에, 교과서의 개념 진술은 과학적이어야 하고, 제시되는 그림이나 도표는 최신의 검증된 자료를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도록 구성되고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Koh et al., 2008). 부정확한 교과서의 내용이나 도표는 교사들의 효과적 개념 학습지도에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개념 이해를 저해하여 오개념 발생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여러 과학교육학자들의 연구 결과이다(Kook, 2002). 바른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 이제는 새로운 모델에 맞는 설명과 그림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돌산이 크다고 하여서 땅 속에 빙산같이 거대한 마그마 덩어리가 통째로 식은 것이 아니라 훨씬 효율적으로 유입되어 냉각되고 있으며, 효율적인 방식으로 냉각 및 고결에 걸리는 시간은 확연하게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도 제시되어 있다.
이처럼 암석학자들은 여전히 화강암의 분류와 생성 메커니즘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고 있을 만큼 화강암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기술할 수가 없다(e.g., Chappell and White, 2001; Clemens and Stevens, 2012; Brown, 2013; Clemens and Stevens, 2016; Bonin et al., 2020 and others). 따라서 교육과정과 교과서 내에서 화강암에 대한 기술 내용과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화강암은 사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 보다 더 복잡한 암석이다. 화강암 중에서도 화학조성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더 세분할 수 있으며 각각 다른 생성 메커니즘이 추정되고 있다. 화강암을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물인데, 물을 포함한 화강암은 온도와 압력에 따른 용융점이 달라지게 된다. 또한 냉각 과정에서도 열 전달에 크게 관여하여 냉각 시간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다양한 화학조성을 가지고, 여러 가지 변수들을 통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화강암의 분류와 생성 메커니즘에 있어서는 최근까지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Zheng and Gao, 2021). 또한 화강암 중에서도 특히 광물 입자가 매우 큰 화강암질 페그마타이트(granitic pegmatite)와 세립질 화강암인 반화강암(aplite) 등의 성인을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에, 광물 입자의 크기가 단순히 마그마의 냉각 속도에 반비례하는 것만으로 설명할 때 보다,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것을 가르칠 때 학생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논문도 있다(Wampler and Wallace, 1998). 이렇듯 복잡한 화강암에 대해 어떤 특정 모델 또는 패러다임만으로 단정적으로 기술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과학이라는 다양한 시각에서의 접근이 중요한 학문을 접하는 학생들의 개념이 단편적으로 제한될 수 있음에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학적 모델이 수정되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다. 해저가 확장되어 지금의 대륙 분포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 상식이 된 후 과학은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더 현실적인 모델을 접하고 과학적 영감이 새롭게 떠오를 어느 학생을 기대하며, 선배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기쁘게 연구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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